2013년 7월 18일 목요일

비 그리고 기억과 추억



비 추억팔이 잡문


국민학교 귀가길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는데 우산없이 걷던 중 갑작스레 만난 모르는 아줌마가 씌워준 우산.함께 집방향으로 걸어갔고 집 앞까지 가기 미안해서 대충 둘러대고 90도 인사하고 집까지 다시 뛰어갔던 일.

집에 있는 낡은 우산을 가져왔는데 귀가길에 펼쳤더니 우산이 많이 녹슬어 있어 부끄러워
인적이 없는곳으로 집까지 돌아서 갔던 일 .

비오는 날 진흙탕 놀이터에서 흙탕물에 물장구치며 니 영역 내 영역 만들어서 흙강아지 될 때까지 놀던 일.

수동우산 접다가 한번 손이 끼어서 그 이후부터는 수동우산 접을 때마다 손이 
움찔움찔 했던 기억.

공원에서 소주 사다먹는데 비가 내려서 비 피하려 빈 건물에서 술먹다가 경찰한테 걸려서 인적사항 수첩에 경찰이 적어갔고 그 이후 학교에 찾아올까봐 조마조마 했던 일.

여름 휴가 가려고 노가다 간다고 아는형과 합숙하고 새벽에 집 나섰는데 비 내려서 공치고 그 이후부터 장마가 이어져 결국 돈 없어 휴가 못 간 기억.

비 오는날 고모가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 가는 길에 땅 바닥에 꿈틀거리는 왕지렁이보고 놀라 미친듯이 뛰어갔는데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계속 그 자리에 꿈틀대고 있어서 그 이후에는 그 길로 안다녔던 일. (지금도 지렁이,뱀만 보면 질겁)

친구들과 여름 휴가 계획 세우고 경포대 가기로 결정.
당일날 수원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부랴부랴 짐 챙겨서 폭우를 뚫고 수원역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나타나서 공중전화로(휴대폰 없던 시절)친구들한테 전화 돌려보니 전부 비와서 못가겠다고 미루자고 해서 열받아서 집으로 가고 방학 내내 혼자 잠수 탄 기억.

장마철 오락실 갔다가 내 우산 없어져서 나도 다른 우산 가져온 기억.

초딩때 전단지 알바하던 피자집에서 비가 와서 그날 못하고 가게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문 잠그더니 취조실분위기 만들어서 나랑 친구랑 약 8시간 감금하고 협박성으로 10만원씩 저당 잡혀 당시 임금 100장에 1000원씩 10만원어치 일할뻔 했던 기억.(이후 이유도없이 도망다녔다)

비가 보슬보슬 오던날 토요일 학교 마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로 걸어가는 길 솔솔 나던 맛좋은 엄마의 김치볶음밥 냄새.

비가 오면 가지고 다니던 미키마우스같이 생긴 쥐가
그려진 청록색과 파란색이 믹스매치된 내 우산.

비 오는 날 미친듯이 신고 다니던 아식스 초록색 쪼리 .
 
그때나 지금이나 비 맞는건 싫지만 비 오는 건 좋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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