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정장혐오증

정장을 싫어한다.입는것도 입은걸 보는것도..
불편한것보다 더 큰 이유는 초등학교 저학년에 풍족한 가정형편도 아니었는데
엄마는 날 커다란 고급 백화점에 데려가서 빚을 내서 유명 아동복 브랜드 '엘덴' 이라는 곳에서 아동정장한벌을 근사하게 입혀주셨다. 거울속에 나는 영국신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폼이 났다.내가 처음 입어본 그 정장을 고이 모셔놓았다. 근데 그걸 처음입은건 다소 의외의 장소였다.다름 아닌 일주일에 세번을 다니던 한 종교집회장소였는데 그곳에 갈때마다 엄마는 그 옷을 입혔다.그리고 난 그 옷을 입는다는 자체의 행위가 그곳으로 가는 것과 동일시 여기게 되어 그 옷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엄마는 그 옷을 엄청나게 아꼈다. 자기 자신도 몇 십만원짜리 옷을 사입지 않으면서 자식에게 몇십만원짜리 정장을 입혔던걸 보면 나는 그분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어떤 상징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그곳에서 성경을 읽고 억지로 올라서 외치던 연설과 어떤 의식같은 행위들이 정장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또한 내 자신이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생생하게 재연되서 너무 싫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하나의 명백한 트라우마가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좋아요

Blogger templates

Search This Blog

Blogroll

Pages

Pages -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