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9일 수요일

1호선 서스펜스


우연히 1호선 탈 일이 있어서 시청에서 1호선에 탑승.
특유의 1호선 쾌쾌한 군내와 함께 엄습하는 더위로 인해 외투를 벗어 
가방에 넣으니 때마침 핫핑크 맨투맨에 스키니진 
그리고 흡사 어린시절 매직아이를
연상케하는 화려한 패턴 형광 백을 들고 서있는
단발머리 내 모습이 지하철 창문에 비친다.
만화로 치면 주인공의 친구정도나 될까?
그런데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것도 거대한 무언가가
탁 탁 탁 탁 굉음을 내면서..탁탁킁킁 소리가 나는걸보니 틱장애틱.
그는 내 숨막히는 뒷태에 여자냄새라도 맡은걸까?
곁눈질로 0.5초간 관찰한 그는
틱+ 약간의 편집증세를 보이는 오동통한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닌듯한 차림의 소로루빵피부를 가진
눈빛에 저씨아가 내게 다가온다.
현재는 닌자처럼 다가와 내 뒤에 바짝 서있는 상태..
뒤돌아볼수도 없고 ..
내리려면 두정거장 남았는데..
그는 170이 조금 넘는 아담한 체구의 단발머리여자가
이상형이었던가..하지만 난 남자인걸..
1호선의 한정거장 한정거장이 이리도 길었던가..
나는 지금 알프레드 히치콕의 서스펜스보다 더 극심하고
데이빗 린치의 기괴함을 능가하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

더더욱 소름끼치는건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 모든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1호선 유저들의 표정이다.물론 나조차도 지금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순대국집에서 혼자 소주먹는데 "아줌마 이제 그만 들어가라"는 사장님의
말 이후 두번째 여자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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