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햄버거

실제로 한국에서만큼은 햄버거는 세련된 음식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우걱우걱 햄버거를 씹어먹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특히나 얄팍의 대명사 롯데리아 데리버거가 아닌 적어도 버거킹 와퍼나 맥도날드 빅맥정도 되는 햄버거를 잘되가는 여자와 함께 쩝쩝 우걱우걱 감자튀김도 손으로 집어 케챱을 쭉 짜서 콕콕 사이좋게 냠냠 먹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사실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 어릴때는 분명히 햄버거 가게는 트랜디함의 집합체였다.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했고 셀프서비스 뭔가 불친절한 시스템이지만 세련된 느낌도 있었고 주문받는 카운터 점원은 상냥한 아가씨에 신나는 음악이 항상 흘러나오는 그런 곳 말이다.



그곳에서 이성과의 만남을 갖는 일 역시나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데이트 코스론 항상 햄버거집이 노래방만큼이나 좋은 코스였고 시간제약도 없어 당시 고가였던 커피숍 역활도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당시 오죽했으면 햄버거가게에 대한 동경으로 17살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했겠는가.

시대가 흐르면서 일명 패스트푸드라는 서양 음식은 이제 싼맛에 먹는 런치세트 김밥나라급으로 떨어진것은 사실이다. 대세인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도 대폭 사라졌고 TV에선 이제 햄버거 먹는 장면이 많이 사라진 것만 봐도 햄버거는 세련된 서양음식에서 그저 그런 서민 음식이 된것이다.

물론 수제 햄버거라는 탈을 쓴 (그럼 손으로 만들지 발로 만들겠냐만은) 고기를 직접 다졌다고 한 만원이상 가격을 높인 햄버거집과 고급화전략을 써서 칼로 썰어 먹는 깔끔한 인테리어의 줄서서 먹는 햄버거집도 성업중이지만 그런 곳은 레스토랑의 한 종류일뿐 진정한 햄버거 가게라고 볼 수 없다.


어린 시절 동네 아파트 상가에 있던 치킨과 햄버거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냉동 패티를 구워서 양배추 채 썬거에 케챱 마요네즈 정도 뿌려 준 그 햄버거가 생각난다.상상해봐도 맛있을것 같지 않은 맛이지만 가게 아저씨가 정성껏 만들던 시간 작은 의자에 앉아 햄버거를 기다리던 꼬꼬마 본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그려진다. 처음 찾은 롯데리아 그리고 시내에만 존재했던 맥도날드등의 가게들은 매일 맛 볼 수 없던 스페셜한 리스펙의 음식이었다. 몸에 해롭고 살찌는건 두번째 문제다. 당시에 돈이 많이 있었다면 거짓말 안보태고 두 세개씩은 거뜬히 먹어 치웠을 꺼다. 항상 아쉬운 햄버거 하나 더 먹고 싶던 감자튀김.. 생각이 난다.



얼마전 맥도날드를 찾았는데 뜬금없이 고마울 것도 아닌데 고마움을 느꼈다.뻔한 레시피 뻔한 재료와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그 맛이 옛날 아껴먹던 그 맛이라 새삼 고맙게 느껴지더라 그 공간과 가격은 변했지만 개인적으로 햄버거본연의 특별함은 아직도 존재한다.

어른들에겐 그 향수가 빵집이었겠지만 나에겐 햄버거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햄버거에도 공통적으로 빵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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