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수요일

서른 1/3 즈음



잘할수 있었던 것도 서른즈음이 되면 자신이 없어진다.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인생을 살면서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던 그런 새로운 분야다.
물론 주업으로 하고 있지도 그렇다고 돈벌이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어 쩌 다 보 니'이다.
그리고 도맡아 해보니 재미도 있고 어느 정도 잘 맞는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때는 내가 가진 재능이 뭘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었던 것 같다.
"나는 뭘 잘할까? 남들보다 잘 하는게 뭐가 있을까?"뭐 이런거..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소위 말해  '난놈(aka 엄친아)' 은 아니었다.
뭐라도 진득하게 배웠다면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나를 특별히 뭔가를 욕심을 가지고 가르치거나 학교 성적을 요구하지 않아서 나는 그저 설렁설렁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하고 평소엔 음악을 듣고 끄적끄적 그림도 아닌 만화를 그리고 흥미위주의 만화책 정도를 보며 칠렐레 팔렐레 자아를 형성했으니 재능을 개발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0대 초반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게 된데에는 아마도
'음악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뭣도 없는 놈이 자기 혼자 힘도 아니고 운이 좋아 남의 도움을 빌어 서울에 올라와
주머니 사정은 어려웠지만 떵떵거리며 SWAG있게 생활했던 데는 어떤 '예술인 마인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일반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꺼라고 확신하여
그렇게 좀 더 특별한(혹은 특이한) 내 자신을 만들어 나갔다.

느즈막히 군대를 다녀오고 현재까지 음악활동을 오래 쉬면서
사실 자신이 많이 없어졌다. 이건 뭐 시기적,실력적으로 노력적으로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오는 현상
즉 슬럼프 같은것인데(아직 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30대가 되면서 여러가지 보이지 않는 짐들이 중력처럼 작용하는 것 같다.



특출난 재능으로 지금까지 무언가를 잘해왔다해도
30살이 되면 분명 이젠 자기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앞가림'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그간 그런것들을 소홀히하며 살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멋부림과 재미를 떠나
어떤 분야에 대해 초집중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어쩌면 인생에 마지막 초집중일지도 모르겠다.)

많이 약해진건 사실이다. 그 조차도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고 노력을 게을리한것도 사실이다. 뜨겁게 끓던 용광로같은 20살을 기억해보라.
그때에 비해 자신을 좀 더 사랑할 필요도 있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참 좋은데 그동안 새침떼기같이 나를 괴롭히며 츤데레 했었던 것도
이젠 고쳐먹을 필요도 있다.  어중이 떠중이 두서없는 글이 되었지만 어쨋뜬 간에
나는 현재 무진장 바쁘다. 그리고 무진장 노력중이다. 그렇지만 무진장 더 노력해야 한다는게 핵심이다. 그것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는 것!

그래도 다행인건 아직까지 최고 가치를 '돈'으로 두고 있지는 않다는 것인데.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참


2014년 4월 28일 월요일

unomoralez(우노모랄레즈)의 해피엔딩 카툰












'이해하면 무서운 만화' 로 국내에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이자 만화가 'unomoralez(우노모랄레즈)'
그나마 이해가 될 만한 전개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다소 의외의 훈훈한 카툰(과연?)이 있어 펌질.


unomoralez 작가의 공홈에 가면 기괴한 움짤과 일러스트를 
만나 볼 수 있다.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세상은 무엇하나 대답해주지 않는다.


바보같은 놈들.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어. 세상이란 것은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하나 대답해주지 않아. 융자문제에서의 은행의 태도. 약의 유해문제에서의 보사부의 답변. 그 놈들이 뭔가 중요한 문제에 대답한 적이 있었나? 한번도 없었을 거다. 이건 기업이라서 정부라서가 아냐, 개인도 그래. 어른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 그게 기본이다. 너희들은 기본을 잘못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썩고 씩어서 이런 배에 있는거야. 물론 그 중에는 대답하는 어른도 있겠지. 그건 대답하는 측에게 유리한 내용이니까 그렇게 할 뿐이고 그런 걸 잘 믿는다는건 즉, 꼬임에 넘어가고 있다는거야. 왜
그걸 모르나? 왜 그걸 깨닫지 못하지?
 그야 상관없어. 너희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그것 자체는 쉽지. 간단한 일이야. 게임에서 졌을때의 처우는 이러이러하고 이런 시설에 가서 몇시간 일하고 식사는? 취침시간은? 기한은? 이런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러나 지금 내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도 그 진위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진위같은 거야 아무래도 좋으니까 일단 듣고 싶다는 건가?

-<도박 묵시록 카이지> 中 리네카와의 말



아래는 추가 명대사들


돈을 보내면 구원될 수 있는 사람이 이세상에 얼마든지 있는데도 우리는 못본체 결코 돈은 보내지 않지. 자신의 물욕과 쾌락에 빠진채, 남이 아무리 굶주리든 굶든 괴로워 하든 철저하게 모른 체 한다. .... 사람은 남을 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을 구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아프지 않으니까. .... 타인에게 기대따위 하지마라.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





인간의 감상은 한때고 결단은 결국 실리로 흐르게 되어 있어. 우정이나 구두약속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여행지에서의 그림엽서나 선물 또는 추억이란 이름의 잡동사니... 그런정도야. 정말로 중요한건 결코 우정만으로는 양보해 주지 않아. 이득밖에 없어. 이 세상에서 정말로 원하는 물건이나 자리를 손에 넣으려 한다면 결국 돈밖에 없지




돈은 목숨보다 중하다! 세상의 어른들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말해주지. 그 인식을 어물어물 넘기는 놈들은 평생 바닥을 길거다. 사람은 좋든 싫든 관계없이 돈을 얻기위해 그 시간, 인생의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있어. 바꿔 말하면 자신의 존재 생명을 깎아 먹고 있어. 존재 그자체를 돈으로 바꾸고 있는 거다. 즉 사람은 모두 목숨을 걸고 돈을 벌고 있다.

이것이 진정 만화책에 나오는 대사들이란 말인가?
딱 한 편의 만화만 평생 볼 수 있다고 한다면 주저없이 
<도박묵시록 카이지> 를 고르리.




2014년 4월 17일 목요일

우디앨런의 호러블과 미저러블


난 말이지, 실은 아주 페시미스틱한 인생관을 갖고 있어.

즉 인생은 호러블(horrible)한 것과 미저러블(miserable)한 것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호러블한 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치명적인 거지, 알겠어?

이를테면 장님, 절름발이... 뭐 그런 것처럼.

나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어. 

그건 내게 있어서 경이로움 그 자체야.

음, 또 미저러블은 그 이외의 모든 것이지. 그게 다야. 

 , 그러니까 말이지, 인생을 살아가려면

 우리들은 우리가

미저러블한 거에 대해서 감사해야 해. 

왜냐하면 미저러블하다는건, 굉장한 행운이니까.

-우디 앨런 <애니 홀> 중에서

조금 비참한것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관대해져야하는 이유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클레임과 컴플레인

삶이라는 점포에서 당신이 삶에 대해서 클레임을 걸 수 는 있어도 컴플레인을 걸 수는 없다.
신이 결코 당신에 삶과 인생에 대한 적법한 보상을 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고기를 혼자 먹기 힘든 결정적 이유

평소 혼자서 밥먹기,영화보기,미술관가기,쇼핑하기 등등
무엇이든 척척 혼자 해내는 S씨
하지만 그가 혼자 하기 힘든 행위 하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혼자 고깃집가서 고기구워먹기.
그것만은 어지간해서 혼자서 하기 힘들다고..
그래서 그는 정말 고기가 심하게 땡길때는
누군가를 만난다고 밝혔다.

마빈 해리스라는 문화인류학자가 밝힌 저서에서
인간은 어지간한 강력 다이아몬드 멘탈이
아니면 본능적으로 혼자 고기를 먹는 행위를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반드시 공동으로 사냥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고기를
다같이 뜯어먹는 인간의 습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순수하게 고기를 궈 먹는 행위(햄버거나 덮밥이런류 제외하고)만큼은
한국사회에서 S씨에겐 넘사벽이 아닐까.

2014년 4월 11일 금요일

코리안 타부(Korean Taboo)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거 같다. 위대한 사람도 우매한 사람도 내 판단엔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거 같다. 뛰어난 한 두 가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부족한 대다수의 결점은 전부 공통적이다. 그 치명적인 결점 때문에 결국 그 사람과 멀어진다. 뛰어난 한 두가지 이 마저도 제대로 파악하고 살려서 어필하고 먹고사는게 참 힘들다. 특히 이 나라 한국 땅에선 말이다. 그래서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끼리 더 씹고 헐뜯고 비꼬고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뜯어먹고 뜯기고 그러다 본인 살점도 얼마 안남은걸 발견하겠지..이제는 걸려오는 누군가의 전화가 두렵고 나조차 쉽사리 사람을 찾지 않게 된다. 이렇게 최민수,김기덕이 되어가나 싶기도 하고 그 양반들은 위치가 있으니 분명 자신이 있었을게다.일반 사람들은 모든 걸 놓아버리고 그렇게 서울역으로 향하지 싶다.카테고리명을 <꼬마 니꼴라식 단상>이라기엔 좀 소름끼치게 호러블하고 미저러블하게 무서워져 버렸다.

2014년 4월 10일 목요일

2호선 지하철 딥슬립 에피소드

2호선 지하철 끝과 끝을 왕래 하다보니
매번 딥슬립에 빠져 웃지 못할 헤프닝이 일어나는데
오늘은 지하철에서 아주 딥하게 쿨쿨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내 다리가 어떤 기계에 들어간거 마냥 어떤 압박으로 인해
점점점 오므라드는 기분이 들어 눈을 떳더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쩍벌남이 되고 있는걸
옆에 있는 여성분이 다리로 다리를 밀어 오므려주고 계셨다.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실눈을 뜨고 자는 척을 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생각난 김에 하나더

딥슬립에 한창 빠져있는데 꿈에서 침뱉는 장면이 나온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자다가 침을 찍 뱉었다. 그것도 내 바지에다가...
눈이 딱 떠졌는데 그곳은 오전 9시경 전쟁같은 와글와글 강남-역삼부근이었다.
만원 전철 사람들이 나를 히드라 보듯이 쳐다봤다.
난 태연한척 침 닦는것도 잊은채 자는 '척' 했다.

2014년 4월 9일 수요일

1호선 서스펜스


우연히 1호선 탈 일이 있어서 시청에서 1호선에 탑승.
특유의 1호선 쾌쾌한 군내와 함께 엄습하는 더위로 인해 외투를 벗어 
가방에 넣으니 때마침 핫핑크 맨투맨에 스키니진 
그리고 흡사 어린시절 매직아이를
연상케하는 화려한 패턴 형광 백을 들고 서있는
단발머리 내 모습이 지하철 창문에 비친다.
만화로 치면 주인공의 친구정도나 될까?
그런데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것도 거대한 무언가가
탁 탁 탁 탁 굉음을 내면서..탁탁킁킁 소리가 나는걸보니 틱장애틱.
그는 내 숨막히는 뒷태에 여자냄새라도 맡은걸까?
곁눈질로 0.5초간 관찰한 그는
틱+ 약간의 편집증세를 보이는 오동통한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닌듯한 차림의 소로루빵피부를 가진
눈빛에 저씨아가 내게 다가온다.
현재는 닌자처럼 다가와 내 뒤에 바짝 서있는 상태..
뒤돌아볼수도 없고 ..
내리려면 두정거장 남았는데..
그는 170이 조금 넘는 아담한 체구의 단발머리여자가
이상형이었던가..하지만 난 남자인걸..
1호선의 한정거장 한정거장이 이리도 길었던가..
나는 지금 알프레드 히치콕의 서스펜스보다 더 극심하고
데이빗 린치의 기괴함을 능가하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

더더욱 소름끼치는건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 모든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1호선 유저들의 표정이다.물론 나조차도 지금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순대국집에서 혼자 소주먹는데 "아줌마 이제 그만 들어가라"는 사장님의
말 이후 두번째 여자체험.

좋아요

Blogger templates

Search This Blog

Blogroll

Pages

Pages - Menu